Eunsaem Ahn
Einstein on the Beach
2026. 5.6 - 5. 30.
안은샘 이서윤 이세준 이준희
기획 류희연
디자인 김경수
주최, 주관 갤러리 로윤
해변은 서로 다른 질서가 맞닿은 장소다. 육지와 바다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물러나며 분리되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내듯, 이곳에서 떠오르는 형상과 의미 또한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힘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경계를 따라 여러 층위의 시간과 감각이 겹치고, 그 사이에는 긴장이 계속된다. 밀려오는 것과 물러나는 것, 드러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는 이 장면 속에서 어느 것도 완전히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공존하며, 화면은 고정된 질서로 정착되기보다 형상들이 서로의 자리를 넘나들며 단일한 중심으로 조직되기를 유예한다. 그렇게 붙잡히지 않는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어긋남 사이로 또 다른 관계의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처럼 의미가 완결되기 이전, 서로 다른 요소들이 뒤섞이고 맞물리며 새로운 장면이 발생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전시의 제목은 필립 글래스와 로버트 윌슨의 오페라 공연〈해변의 아인슈타인〉(1976)에서 빌려왔다. 공연은 의미 없는 숫자와 단편적인 문장, 반복과 변주로 이어지는 음악과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시간을 비선형적인 감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무대 위의 장면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며, 관객은 형성되었다가 이내 흩어지는 장면들 사이를 오가게 된다. 공연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을 서사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끝내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구조를 회화 안에서 사유하며, 의미의 형성을 늦추고 감각을 지속시키는 화면의 조건을 탐색해 온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화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완결된 서사로 나아가기보다 서로를 의식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전시를 구성하는 네 명의 작가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미지의 불안정성과 재현의 한계를 드러내며, 형상이 서사와 위계의 문법 안에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감각적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안은샘은 물감을 쌓아 이미지를 그리기보다, 색을 입힌 천 조각을 오리고 배치하며 화면을 만든다. 작가의 회화에서 이미지는 재현된 결과라기보다 절단된 물질들이 만나고 어긋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며, 콜라주로 이루어진 화면에서 색과 형태는 조화를 이루거나 상충하며 작가만의 주관적 기준 속에 구조화된다. 색의 ‘무게’를 가늠하는〈Sum of blue〉(2025)와〈163g〉(2025)에서 서로 다른 색 면은 겹치며 화면의 균형을 형성하고, 삼각형의 배열과 숫자의 치환으로 이루어진〈잔디〉(2025)와〈잔디밭〉(2025)에서는 감각적 형태가 질서의 언어로 번역된다. 이어〈눈의 모양〉(2026)은 불규칙 하게 떨어지는 눈을 행으로 정렬하며 우연히 발생한 감각과 이를 붙잡으려는 질서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이처럼 색의 명도와 면적, 순서 같은 기준은 화면 위의 보이지 않는 힘을 가늠하게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누락과 오차를 통해 또 다른 감각의 가능성을 남긴다.
글 류희연